스토리1

녹색지붕의 불란서식집을 추억하며....

현미랑 2005. 2. 19. 10:11

국립극장을 가다보니

내가 결혼초기에 살던 장충단 공원쪽을 지나게 되었다

 

남편과 춘회씨가 아주 멋진 집을 계약하고 왔노라고 만족해 하며

싱글벙글 이서서

잔뜩 기대를 하고 이사를 했었다

 

그때 이사 무쟈게 많이 다녔었지...

 

한참 골목길을 돌아 돌아 들어갔더니 골목 끝 즘에

정말 외관은 멋진 불 란서식 집이었다

녹색지붕의 커다란 성채같은 집이었는데

정신지체 딸을 하나 데리고 사시는 할머니가 주인이셨다

 

일층과 이층은 개조를해서 방하나 부엌하나 이런식으로

세를 주셨는데 거의 열가구 정도 사는듯했다

 

이층엔 춘회씨와 극단 현대의 주연급 배우 조규현씨가 살았고

삼층 독채를 우리가 썼다

조그마한 부엌에 비해

독서실로 쓰던 방이 얼마나 큰지 거의 운동장 같았다

혁이가  세발자전거와 말을 타고 한참을 돌아야 방 한바퀴를 돌았던것 같다

 

심술쟁이 주인 할머니 수도세 아낀다고

이층에 달랑 하나있는 화장실 물을 잠구어버려서

언제나 일을 보려면 세숫대야나 바케쓰에 물을 받아서 들고 내려 가야 했는데 .....

대야들고 화장실앞에서 누군가와 마추쳤을때의 민망함이란....

 

화장실이 너무 불편해 그곳에서 얼마 살지 못하고 이사를 했지만 

조규현씨가 주연이었던 연극 엘리편트 맨을 문예회관 대극장아주 좋은 자리에서 볼수도 있었고

이사하기 전날엔 같이 술한잔 하면서 한참 이야기도 했던것 같다

 

그때가 봄이었던것 같은데 늘 검정색 긴코트를 입고 다니던

얼굴이 아주 잘생긴 배우였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는지...

 

그곳에 잠깐 같이 살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져 버렸지만

그 큰방에서 느꼈던 썰렁한 냉기의 기억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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